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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리그 3위 키움 날벼락...'골절상 소견' 이형종, 25일 수술대 오른다

정규시즌 3위(13승 10패) 키움 히어로즈에 대형 악재가 생겼다. 주축 타자이자 베테랑 이형종(35)이 3개월 이상 이탈한다. 키움 구단은 22일 오후 이형종의 부상 소식을 전했다. 구단은 "지난 21일 잠실 두산 베어스와의 더블헤더(DH) 1차전 8회 초 타석에서 파울 타구에 왼쪽 발등을 맞은 이형종이 21·22일 두 차례에 걸쳐 병원 검진을 받은 결과 왼쪽 발등 주상골 골절 소견을 받았다"라고 전했다. 구단은 이형종이 오는 25일 세종 스포츠 정형외과에서 수술을 받는다고 알렸다. 실전 복귀까지는 3개월가량 필요할 예정이라고도 전했다. 2023시즌을 앞두고 자유계약선수(FA) 계약으로 키움 유니폼을 입은 이형종은 이적 첫 시즌은 타율 0.215에 그치며 부진했지만, 올 시즌은 타율 0.268·4홈런·17타점을 기록하며 팀 공격을 이끌었다. 개막 전 하위권으로 평가받던 키움이 5할 승률 이상 기록하며 상위권을 지키는 데 기여했다. 지난 시즌 부진했던 이형종은 절치부심하며 2024시즌을 준비했다. 그는 "가장 독하게 야구를 했다"라고 돌아봤다. 일단 타격 지향점을 바꿨다. 원래 배트 노브를 감싸 쥐고 어퍼컷 스윙을 하는 유형이었지만, 올 시즌은 배트 손잡이를 잡고, 레벨 스윙을 하는 변화를 줬다. 콘택트 중심의 타격을 하겠다는 의지였다. 오히려 지난 시즌보다 장타력도 좋아졌다. 자동 볼 판정 시스템(ABS) 도입 뒤 높은 코스 변화구가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는 사례가 많아졌는데, 이형종의 바뀐 스윙이 대처하는 데 더 용이했다. 마음가짐도 독하게 먹었다. 매 시즌 초반마다 부상으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던 그는 "부상을 당하지 않기 위해 이를 의식하며 플레이를 하기도 했다. 올 시즌은 몸을 사리지 않고 경기에 임하려고 한다"라고 했다. 파울 타구에 부상을 당하는 건 그야말로 운이 작용하는 것이다. 과욕을 부린 게 아니다. 한창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었던 시점. 이형종은 운이 없었다. LG 소속 시절 허슬 플레이로 '광토마'라는 별명을 얻었던 이형종. 잠시 멈춰 선다. 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2024.04.22 16:54
메이저리그

홈런보다 진귀해...올 시즌만 3번째 고의4구 출루, 김하성 위상 이렇게 높아졌다

빅리그 대표 내야수 김하성(29·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위상이 한껏 빛났다. 김하성은 17일(한국시간)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 아메리칸 패밀리필드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MLB)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5번 타자·유격수로 선발 출전해 3타수 1안타(1홈런) 3타점 1볼넷을 기록했다. 1회 초 기선을 제압하는 스리런홈런을 쳤다. 다시 찾아온 타점 생산 기회에선 고의4구를 얻어냈다. 11일 시카고 컵스전부터 이어진 출루 행진을 6경기로 연장했다. 타율도 0.221에서 0.225로 높였다. 15일 LA 다저스전 4볼넷, 16일 밀워키전 적시타에 이어 이날 홈런까지 치며 좋은 기운을 이어갔다. 김하성은 샌디에이고가 1회 초 4번 타자 매니 마차도의 땅볼 타구로 선취점을 낸 상황에서 주자 2명(2·3루)을 두고 타석에 나섰다. '올스타 투수' 웨이드 마일리를 상대했고, 그가 구사한 몸쪽(우타자 기준) 낮은 코스 컷 패스트볼을 어퍼컷 스윙으로 통타했다. 발사각 25도, 라인드라이브성 타구가 왼쪽으로 뻗었고 그대로 폴을 강타했다. 배트를 어깨와 수평선으로 쥔 채 타구를 보던 김하성이 그라운드를 돌기 시작했다. 타구 속도는 163㎞/h. MLB닷컴 중계진은 "타구가 마치 로켓처럼 날아갔다"라고 감탄했다. 김하성은 지난 14일 LA 다저스전에서 올 시즌 2호 홈런을 쳤다. 나흘 만에 3호포. MLB 통산 39호 홈런이기도 했다. 시즌 첫 12경기에서 5번 타자로 나선 김하성은 8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전부터 7경기는 6번으로 나섰다. 이날은 주전 1루수이자 3번 타자를 맡았던 제이크 크로넨워스가 종아리 통증으로 선발 라인업에서 빠졌고, 그가 8경기 만에 다시 중심 타선(3~5번)에 배치됐다. 타순에 맞는 타격을 보여줬다. 3회 두 번째 타석에선 무사 1루에서 희생번트 작전을 완벽하게 수행한 김하성은 5회, 자신이 상대 벤치에 어떤 위협을 주는 선수인지 보여줬다. 1사 2·3루에서 김하성 타석이 돌아오자, 패트 머피 감독은 배터리에 고의4구를 제시했다. 4-1, 3점 지고 있는 상황에서 돌입한 경기 중반. 2점 더 내주면 승기를 내줄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김하성은 지난달 29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전, 15일 LA 다저스전에서도 고의4구로 출루했다. 홈런 17개를 치며 타격에서도 A급 레벨을 증명한 2023시즌에도 고의4구는 1개뿐이었다. 올 시즌만 3번째다. 결과적으로 밀워키의 선택은 성공했다. 밀워키는 이어진 루이스 캄푸사노, 잭슨 메릴을 차례로 범타 처리하며 실점 없이 5회를 마쳤다. 한국 야구팬은 김하성의 경기 장악력을 재차 확인했다. 샌디에이고는 7회 초 2점 더 추가하며 6-3으로 승리했다. 김하성은 단연 이 경기 승리 주역이었다. 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2024.04.17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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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인터뷰] '광토마'로 돌아온 이형종 "반드시 5강 진입...키움팬에 보답할 것"

이형종(35·키움 히어로즈)의 별명은 '광토마(미친 적토마)'다. LG 트윈스 소속이었던 2017년, 몸을 내던지며 투지 넘치는 플레이를 하는 모습에 감명받은 팬들이 지어줬다. 팀 레전드 이병규(현 삼성 라이온즈 수석코치) 만큼 활약해 주길 바라는 염원도 담겨 있었다. 지난해 광토마는 멈춰 섰다. 타율 0.215·3홈런·37타점에 그쳤다. 키움과 4년 총액 20억원에 퓨처스 자유계약선수(FA) 계약하고 치른 첫 시즌이었지만, 몸값을 하지 못했다. 2번이나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되기도 했다. 2024시즌 초반 이형종은 좋은 타격감을 보여주고 있따. 출전한 16경기에서 타율 0.333·4홈런·17타점을 기록했다. 이미 지난 시즌 홈런을 넘어섰고, 팀 내 가장 많은 타점을 올렸다. 지난달 29일 고척 LG전부터 13경기 연속 안타를 기록하기도 했다. 키움은 최약체 평가를 비웃고 15일 기준으로 단독 3위(11승 6패)에 올라 있다. 이형종은 "지난해 9월 2군으로 내려갔을 때부터 다음 시진을 준비했다. 쉬지 않고 웨이트 트레이닝과 기술 훈련을 소화했다. 그 어느 해보다 독한 마음으로 가장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것 같다"라고 돌아봤다. 올 시즌 초반 좋은 성적에 대해서는 "초반 몇 경기에서 내야 안타와 텍사스 안타가 나와 타율을 유지했고, (4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첫 홈런이 나온 뒤 자신감이 커진 것 같다. 어퍼컷 스윙에서 레벨 스윙으로 바꾸고, 이전과 달리 배트 노브를 쥐지 않는 스윙으로 콘택트 위주 타격을 하려고 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이형종은 키움이 개막 4연패를 끊은 지난달 30일 LG전에서 결승타 포함 2안타를 쳤다. 경기가 끝난 뒤 관중석 앞 단상에 올라 수훈 선수 인터뷰에 나선 그는 키움팬 응원에 눈물을 보였다. 지난 시즌 부진으로 마음의 부채가 컸지만, 변함 없는 환대를 받자 울컥했던 것.이형종은 "'울지 말아라'라는 팬들의 연호를 듣고 오히려 더 눈물이 많이 난 것 같다. '반드시 (키움의) 5강 진입으로 보답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돌아봤다. 이어 이형종은 "부상을 많이 당해서 나도 모르게 몸을 사리고 있더라. 올 시즌은 더 전투적으로 경기를 치르며 트라우마를 지우려고 한다. 별명(광토마)처럼 많이 뛰고, 후회 없는 시즌을 만들고 싶다"라는 각오를 전했다. 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2024.04.1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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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포커스] '대포' 장착 영웅 군단, '1약' 평가 무색한 반전

'소총 부대' 키움 히어로즈가 '대포'를 장착하며 달아오른 화력을 과시하고 있다. 키움은 지난 7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2024 KBO리그 주말 3연전 3차전에서 4-3으로 승리, 지난달 30일 LG 트윈스전부터 7연승을 거두며 단독 3위(7승 4패)까지 올라섰다. 키움이 7연승을 거둔 건 정규리그 3위에 올랐던 2022시즌 이후 처음이다. 키움은 개막 전까지 최약체로 평가받았다. 간판타자였던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메이저리그(MLB)에 진출했고, 에이스 안우진이 군입대하며 투·타 전력 모두 약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키움은 놀라운 반전을 보여줬다. 가장 큰 약점으로 여겨졌던 선발진은 10개 구단 중 가장 많은 선발승(6)을 올렸고, 타선은 8일 기준으로 득점권 타율 1위(0.365)를 지키고 있다. 가장 눈길을 끄는 상승 요인은 홈런 증가다. 키움은 거포 박병호가 KT 위즈로 이적한 뒤 팀 홈런이 급감했다. 2022시즌 팀 홈런 9위(94개) 2023시즌은 10위(61개)였다. 올 시즌은 7일까지 치른 11경기에서 14개를 기록, 공동 4위에 올라 있다. 2023시즌 같은 경기 수에서는 2개로 최하위였다. 지난달 22일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발표한 공인구 평균 반발계수는 지난 시즌 같은 시기보다 0.0033 높아진 0.4208이었다. 반발계수 증가로 리그 전반적으로 홈런이 많아진 게 사실이다. 이 점을 고려해도 키움의 홈런 부문 팀 순위가 높아진 점은 주목된다. 7일 한화전도 홈런으로 만든 승리였다. 키움은 1-3으로 지고 있던 7회 말 1사 1루에서 송성문이 김민우를 상대로 우월 투런홈런을 치며 동점을 만들었다. 연장 11회 말엔 선두 타자로 나선 김혜성이 끝내기 솔로홈런을 쳤다. 전날(6일) 한화 2차전에서는 베테랑 이형종이 한화 원투펀치 중 한 명인 펠릭스 페냐를 상대로 1회 말 2사 1·2루에서 선제 스리런 홈런을 때려내며 기선을 제압하며 8-7로 승리했다. 올 시즌 뒤 MLB 진출에 도전하는 김혜성은 겨우내 웨이트 트레이닝을 강화하며 장타력 향상을 노렸다. 지난 시즌 53경기에서 2홈런에 그쳤지만, 올 시즌은 11경기에서 4개를 쳤다. 김혜성은 "하체를 활용하는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조금 변화를 줬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최근 출전한 6경기에서 홈런 3개를 친 송성문은 꾸준한 근력 운동을 이어왔다. 아울러 겨우내 밀가루로 만든 음식과 탄산음료 섭취를 줄이는 식단 관리로 근육량 증가를 노렸다. 이형종은 타격 지향점을 바꾼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그는 "원래 배트 노브를 손에 걸고 타격하며 장타를 노렸지만, 올 시즌은 이전보다 배트를 짧게 쥐고 간결한 스윙을 하고 있다. 자동 볼 판정 시스템(ABS) 도입으로 높은 변화구 공략이 숙제가 됐는데, 기존 어퍼컷 스윙도 레벨 스윙 느낌으로 변화를 줘서 대응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인플레이 타구 생산을 첫 번째 목표로 삼은 뒤 오히려 타구에 힘이 실리고 있다는 얘기다. 키움 외국인 타자 로니 도슨도 7일까지 홈런 3개를 쳤다. 올 시즌을 앞두고 합류한 내야수 최주환도 두 자릿수 홈런을 기대할 수 있는 선수다. 키움이 늘어난 득점 루트로 KBO리그 순위 경쟁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2024.04.09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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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피플] '레전드' 김태균 발자취...'홈런왕' 노시환도 이제 그 길을 안다, 그리고 나아간다

"꼭 김태균 선배님을 뛰어넘어보고 싶어요. 제2의 김태균이 아닌, 제1의 노시환(24·한화 이글스)이 될 수 있도록 제 타격을 만들고, 노력하고 싶습니다."지난 시즌 최고의 한 해를 보낸 노시환이 다시 한 걸음을 내딛는다. 최고의 시즌을 넘어 '레전드'가 되고 싶은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노시환은 지난 19일 대전 두산 베어스전을 마지막으로 시범경기 일정을 마쳤다. 7경기 출전해 타율 0.375(16타수 6안타) 2홈런 6타점 2득점으로 페이스가 좋다. 장타율 0.750과 득점권 타율 0.667로 4번 타자의 존재감을 유감 없이 발휘했다.노시환은 이미 지난해 정규시즌에도 활약했다. 타율 0.298 31홈런 101타점으로 홈런·타점 2관왕에 올랐다. 에릭 페디(시카고 화이트삭스)에 밀려 최우우수선수(MVP) 수상엔 실패했으나 명실상부한 최고의 타자가 돼 리그에 군림했다.홈런왕으로 성장하는 길이 평탄하진 않았다. 2019년 신인 드래프트 2차 1라운드로 한화에 입단한 노시환은 2021년 타율 0.271 18홈런으로 성장했지만 이듬해 6홈런에 그쳤다. 그를 견제한 상대 투수들의 유인구를 이겨내지 못했고, 홈런 타자가 없는 타선에서 고군분투하다 스스로 무너졌다. 그런 노시환을 지켜본 이가 대선배, 김태균 KBS N 스포츠 해설위원이었다. 2020시즌을 마지막으로 야구장을 떠난 김 위원은 최근 저서 '타격에 관한 나의 생각들'을 통해 "2022년 노시환이 받았을 스트레스가 얼마나 컸을지 충분히 짐작이 된다"며 "노시환은 나보다 뛰어난 재능을 가진 선수다. 그런데 자신의 장점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했다. 더 많은 홈런을 치려는 마음 때문"이라고 설명했다.김태균 위원도 노시환과 같은 길을 걸었다. 2001년 1차 지명으로 한화에 입단했던 그는 2001년 타율 0.335 20홈런으로 혜성같이 등장했고, 2003년 22살 나이에 3할 30홈런 고지에 올랐다. 제2의 장종훈, 제2의 이승엽이라는 수식어가 따랐으나 2006년 타율 0.291 13홈런, 2007년 타율 0.290 21홈런에 그치는 등 부진했다. 김 위원은 "2006년 내 스윙이 커졌다. 홈런을 많이 치려면 공을 힘껏 잡아 당겨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자 스윙할 때 어깨와 골반이 일찍 열렸다. 가장 중요한 '벽'이 무너졌다. 선구안도 흔들렸다. 노시환의 2022년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고 했다.김 위원은 "타격에는 정답이 없다. 내게 맞는 답을 찾아내자"고 결론짓고 연구한 끝에 2008년 홈런왕에 올랐고, 일본프로야구(NPB) 진출, 2012년 복귀 후 타격왕에 오르는 등 대타자의 길을 걷는 데 성공했다.같은 길을 걷는 중인 노시환에게 김태균 위원의 경험은 어떻게 읽혔을까. 최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본지와 만난 노시환은 김 위원의 저서를 읽으며 김 위원에게 받았던 조언들, 본인이 부딪히며 느꼈던 통찰과 같은 공감을 느꼈다고 했다. 다음은 노시환과 일문일답.-2022년은 노시환에게 부담도 스트레스도 있었던 한 해였을텐데.아무래도 장타에 대한 스트레스가 있었다. 2021년 18홈런을 치면서 그대로 상승세를 탈 줄만 알았다. 확실히 더 연구하고 노력하지 않으니 바로 수치가 줄었다. 지금 보면 그때는 내가 좀 안주했다.주위에서 '홈런을 못 친다'는 이야기도 많이 하니 스트레스도 받았다. 그래서 더 독하게 비시즌을 준비했다.당시 김태균 선배님께서도 '너무 당겨치려고 하는 것 같다'고 하시더라. 사실 처음엔 나도 2021년과 똑같이 쳤다. 그런데 홈런에 대한 스트레스가 생기니 언젠가부터 나도 모르게 당겨치고 있었다. 아마 선배님께서 그런 모습을 보셨던 게 아닐까.-지난해는 전체적으로 최고였다. 다만 좋지 못한 시기도 있었다. 시즌 초 홈런이 나오지 않을 때도 있었고, 5월 43타석 연속 무안타를 기록한 때도 있었는데.김태균 선배님께 질문을 드린 적이 있다. 그해 5월 2일 잠실 경기였다. 홈런이 2개밖에 나오질 않아 선배님께 '타격 폼을 바꿔봐야 할 것 같습니다'라고 여쭤봤다. 그런데 선배님께선 '넌 지금도 너무 좋다. 이대로 계속 쳤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 이미 스윙이 좋고, 좋은 스윙을 유지한다면 홈런은 언제든 나올 수 있다는 뜻이라고 하셨다.안 좋은 시기도 있었다. 선배님께선 책에서 그때의 저를 두고 오히려 '타격이 완성되는 과정이다. 이 과정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왜 잘 쳤는지, 왜 못 쳤는지 꼼꼼하게 분석해서 꼭 기록하고, 기억해뒀으면 한다'고 하신 걸 읽었다.내 생각에도 무안타 기간이 선수로서 많은 걸 얻은 시간 같다. 무안타 기간이 없었다면, 지난 시즌을 결코 좋은 성적으로 마치지 못했을 거다. 많은 이들이 내게 '그 무안타 기간이 없었다면 홈런을 더 쳤을 거다. 35개는 치지 않았겠나'라고들 하신다. 하지만 그 무안타 기간이 있었기 때문에 내가 얻은 게 많고, 느낀 점도 많다. 그 과정을 이겨내면서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었다. 그래서 슬럼프를 벗어나면서 오히려 더 좋은 결과를 얻어냈던 것이라 생각한다. -2023년 노시환은 홈런·타점왕이고, 김태균 위원은 선수 시절 공을 골라 치는 좋은 선구안의 중장거리 타자였다. 두 사람의 유형이 같은 것 같기도, 다른 것 같기도 한데.김태균 선배님이 선수 시절 때도 많이 말씀하셨지만, 책에서도 자신의 존으로 들어오는 공을 확실하게 공략하신다고 해주시더라.나도, 또 다른 타자들도 비슷하다. 타석에 들어섰을 때 내가 좋아하는 코스를 생각하고 가고, 그곳으로 오지 않는 공을 잘 버릴 줄 알아야 한다. 모든 타자들이 그렇듯 나도 나만의 존이 있고 좋아하는 코스가 있다. 선배님도, 나도 그 공을 노리기에 메커니즘으로는 같다고 생각한다. 김태균 선배님께서 선수 시절 뛰어난 선구안을 갖추셨던 건 자신의 존 밖에 공들은 다 걸러낼 줄 아셨기 때문이라 생각한다.나도 어릴 때부터 그런 습관을 들였던 건 아니다. 경남고 시절 때만 해도 공 보고 공 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지난 2021년 조니 워싱턴 코치님이 오셨을 때부터야 비로소 나만의 존을 정립해야 한다고 배우기 시작했다. -김태균 위원이 책을 통해 로테이셔널 히팅 시스템과 웨이트 시프트 시스템을 비교해주셨더라. 노시환의 타격은 어느 유형에 가까울지 궁금하다.선수마다 다르지만, 선배님께서 이해하기 쉽게 잘 설명해주셨더라. 나 같은 경우 다리를 들고, 중심 이동(웨이트 시프트)을 하는 편이다. 제자리에서 힙 턴을 하는 로테이셔널 히팅과는 약간 다를 수 있다. 하체를 많이 이용하고, 중심 이동을 하면서 타구에 힘을 싣는 메커니즘이다. -'뜬공 혁명'의 시대다. 타자들의 스윙도 점점 퍼올리는 어퍼컷 스윙이 되는 것 같다. 홈런왕 노시환의 지향점도 혹시 그런지.어퍼컷 스윙이 정답은 아닌 것 같다. 김태균 선배님 책을 보니 최지만 선배께서도 'MLB 타자들은 어퍼컷 스윙으로는 160㎞/h 강속구에 대응할 수 없다. MLB 타자들도 간결하고 정확한 임팩트에 집중한다'고 하시더라.타구를 띄우는 게 홈런을 가장 많이 칠 수 있는 이상적인 스윙인 건 맞다. 하지만 타자마다 다르다. 파워가 부족한 선수라면 강하게 쳐서 라인 드라이브를 노리는 게 장타로 이어질 수 있다. 나처럼 힘이 있는 유형이라면 최대한 뜬공을 생각하고 칠 것이다.다만 그게 어퍼컷 스윙을 의식한다곤 볼 수 없다. 내 경우 스윙은 어릴 때부터 해온 것이 있기에 절대 바꾸지 않는다. 크게 의식하고 스윙하는 대신 타석에서 내가 정립한 존을 노리고, 오롯이 타격 타이밍에만 신경 쓴다.스윙보다 중요한 건 따로 있다. 선배님도 강조하셨지만, 난 타석에 들어섰을 때 왼쪽 벽을 최대한 열리지 않게 닫아놓고 친다. 벽을 유지한다는 것만 생각하고 치면, 다른 타격 포인트들은 자연스럽게 이뤄져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좋은 타자들은 모두 벽이 만들어져 있다. 다만 너무 기본적인 부분이라 그 점을 의식하지 못하는 타자들이 많은 것 같다. 직접 느껴보지 못해서 그렇다. 나도 2022년까진 벽을 신경쓰지 않고 쳤는데, 지난해 채은성 선배님을 통해 많이 배웠다. 김태균 선배님께서 강조하신 내용과도 일맥상통했다. 왼쪽 어깨가 열리거나 왼쪽 골반이 미리 열리면 변화구가 올 때 칠 수 없다. 이제는 항상 등 뒤에 벽이 있다고 생각하고, 절대 무너지지 않게 의식하면서 타격하고 있다.-타격하면 힘을 빼고 해야 한다는 말이 있던데. 파워 히터 노시환도 힘을 빼고 치는 건지.오히려 안 맞을 때 보면 항상 몸에 힘이 들어가 있다. 김태균 선배님께선 70%만 힘을 써야 90%를 쓸 수 있다고 강조하시더라. 모든 타자들이 마찬가지다. 힘이 들어가면 타이밍이 늦게 된다. 그래서 선배님 말씀에 참 공감이 가더라.물론 레전드인 선배님과 달리 후배 타자들에겐 그게 쉬운 일은 아니다. 힘을 처음에 빼고 치더라도 길게 못 가기도 한다. 결국 다시 힘이 들어가게 돼 있다. 그래서 힘 빼는 게 제일 어려운 일 같다. 나도 계속해서 노력하고 있는 부분이다. -제2의 김태균 이야기를 듣고 입단했던 노시환이 이젠 확실하게 4번 타자 자리를 이어받은 것 같다.김태균 선배님이 책에서 신인 시절 이야기를 해주셨다. '제2의 장종훈'이라는 이야기가 스스로도 허황되게 느껴질 정도로 프로의 벽이 높았다고 하시더라. 화장실에서 눈물도 흘려보셨다고 했다. 그 과정을 거쳤기에 신인왕이 되셨고, 311홈런을 친 레전드로 성장하신 것 같다.나도 신인 때부터 '제2의 김태균'이란 말을 참 많이 들었다. 선배님이 거치셨던 것처럼 나도 신인 때 스스로 야구를 너무 못한다는 생각을 참 많이 했다. '내가 야구에 재능이 있긴 했나'라는 생각까지 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고, 계속 연구하고 노력했다.그러니 야구가 점점 늘더라. 그리고 그게 참 재밌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이 자리까지 왔다. 오히려 그렇기에 부담감은 없었던 것 같다. 그 과정이 즐거웠으니까.이제는 김태균 선배님을 꼭 뛰어넘어 보고 싶다는 생각까지 든다. 제2의 김태균이 아닌 제1의 노시환이 되려면 더 노력하고, 내 것을 더 잘 만들어가야 한다.선배님이 그러셨듯 나 역시 나만의 메커니즘이 있고, 나만의 연구 방법을 만들었다. 하지만 아직 더 연구하고 더 발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선배님께서 타격에 정답이 없다고 하시더라. 동의한다. 야구엔 정답이 없다. 그리고 좋은 성적도 언제 한순간에 무너질지 모른다. 사람의 몸은 계속 변하기에 계속 연구하고 노력해야 한다. 또 항상 겸손해야 하고, 자만하지 말아야 한다고 다짐하고 있다. 그렇다면 분명 언젠간, 더 좋은 날이 자신에게 찾아올 거로 믿는다.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2024.03.20 08:02
메이저리그

'타율 0.167+한 경기 3삼진' 트라웃, 만루포로 시범경기 첫 아치 장식

'무관의 제왕' 마이크 트라웃(32·LA 에인절스)이 2024 메이저리그(MLB) 시범경기에서 첫 홈런을 때려냈다. 이름값에 부족한 타율과 부상 후유증 우려 탓에 그의 기량을 의심하는 시선도 있었지만, 보란듯이 장타를 생산했다. 트라웃은 7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템피 디아블로 스타디움에서 열린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와의 시범경기에 3번 타자·중견수로 선발 출장해 3타수 1안타(1홈런) 4타점을 기록했다. 트라웃은 첫 두 타석에선 침묵했지만, 소속팀 에인절스가 1-6으로 지고 있던 5회 말 1사 만루에서 상대 좌완 투수 스캇 알렉산더의 낮은 코스 공을 특유의 어퍼컷 스윙으로 걷어올려 가운데 담장을 넘기는 만루포로 연결했다. 투수 알렉산더는 풀카운트에서 땅볼 유도 확률이 높은 낮은 코스로 잘 제구된 공을 뿌렸지만, 트라웃은 클래스를 증명하는 스윙을 보여줬다. 트라웃은 앞서 출전한 시범경기에서 부진했다. 첫 네 경기에서 안타가 없었고, 이후 네 경기에서도 3안타에 그쳤다. 2루타는 1개뿐이었다. 4일 시카과 화이트삭스전에선 삼진만 3개를 당했다. 타율은 0.167였다. 2012년 빅리그에 데뷔한 트라웃은 통산 타율 0.301, 홈런 368개를 친 타자다. 2014·2016·2019시즌 아메리칸리그(AL) 최우수선수(MVP)에 올랐다. 다른 설명이 필요 없는 리그 최고 타자다. 트라웃을 향한 부정적 시선은 세 가지였다. 전국구 인기팀 소속 선수가 아닌 탓에 실력에 비해 스타성이 떨어진다는 평가 월드시리즈 우승은 커녕 포스트시즌 출전도 세 경기에 불과할 만큼 가을 무대와 인연이 없는 점 그리고 부상이 많다는 것이다. 트라웃은 2023시즌도 7월까지 홈런 18개를 치며 홈런왕에 도전할 수 있는 페이스르 보였지만, 왼쪽 손목 유구골 골절상을 당하며 후반기 이탈했다. 그사이 팀 동료였던 오타니 쇼헤이는 홈런왕과 MVP를 차지했고, 북미 스포츠 최대 계약(10년 7억 달러)을 해내며 LA 다저스로 이적했다. 이런 기류 속에 맞이한 스프링캠프에서 부진이 이어지자 미국 매체에서도 차가운 시선을 보낸 게 사실이다. 하지만 트라웃은 이날 자신을 '리빙 레전드'로 만는 그 스윙으로 모든 우려를 지워버렸다. 경기 뒤 트라웃은 "공이 더 잘 보이고, 내 모습을 되찾는 느낌이 들었다.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라고 했다. 부상 여파도 전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2024.03.07 16:44
메이저리그

최초·최초·최초·최초...코리안 빅리거 OB-YB, '서울 시리즈' 앞두고 MLB닷컴 장식

메이저리그(MLB) 공식 홈페이지 MLB닷컴이 오는 20·21일 열리는 서울 개막전을 앞둔 7일 한국 출신 빅리거들이 남긴 새 역사를 조명했다. '선구자' 박찬호(은퇴)와 '언터처블' 김병현(은퇴), '야수 빅리거 1호' 최희섭(은퇴), 한국 선수 최초로 '1억 달러 사나이'가 된 추신수(SSG 랜더스) 그리고 어머니의 나라에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일원으로 활약한 토미 현수 에드먼(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그리고 이제 데뷔를 앞둔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를 두루 소개했다. 가장 먼저 소개된 선수는 역시 '코리안 특급' 박찬호였다. MLB닷컴은 박찬호가 대학(한양대) 2학년 재학 중이었던 1994년 LA 다저스와 계약, 한국인 최초의 빅리거가 됐고, 이후 그가 미친 영향력을 소개했다. 당시 유력 매체 LA 타임스는 '박찬호 매니아'라는 표현을 썼고, 국내 매체 영문판에서는 초등학생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큰 관심을 보냈다고 전했다. 박찬호가 마이너리그를 거치지 않고, 바로 빅리그 데뷔전(1994년 4월 8일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전)을 치른 점 이후 성장해 2001년 올스타에 선정된 점, 여전히 깨지지 않고 있는 아시아 투수 통산 최다승(124승)을 거둔 점을 두루 소개했다. 박찬호와 함께 1990년대 후반 한국 야구팬에 자부심을 안긴 김병현에 대해서는 '한국인 최초로 월드시리즈 우승을 경험한 선수'라는 타이틀을 소개했다. 그가 슬라이더와 라이징 패스트볼을 주 무기로 2001년 뉴욕 양키스와의 월드시리즈에 나간 이력을 전했다. 4·5차전 블론세이브로 아픔을 겪기도 했지만, 그해 소속팀이었던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뒷문을 든든히 지켰다고 했다. 이듬해(2002년) 36세이브를 올리며 더 좋은 성적을 남긴 점도 언급했다. 최희섭에겐 한국 태생 최초의 야수 빅리거라는 의미를 부여했다. 그가 1998년 야구 월드컵에서 한국의 준우승을 이끌며 주목 받았고, 120만 달러를 받고 시카고 컵스와 계약한 뒤 대표 유망주로 기대받았다고 전했다. 어퍼컷 스윙이 상대 투수들의 공략법에 힘을 쓰지 못했지만, 빅리그에서 통산 홈런 40개를 기록했고, 플로리다 말린스(현 마이애미) 시절 돋보인 활약을 보여준 점도 언급했다. 미국 야구팬에겐 소개가 필요 없는 추신수도 등장했다. 그가 최초로 남긴 기록은 한국 선수 최초 야수 올스타 선정이다. MLB닷컴은 "어떤 방식으로 분류해도 코리안 메이저리거 순위표 정점에 있는 선수"라고 했다. 통산 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WAR) 34.6, 홈런 218개, 안타 1671개, 도루 157개를 남겨, 모두 1위 기록(한국인 기준)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2021년 한국 무대(KBO리그)에 복귀했고, 올 시즌을 끝으로 선수 생활을 마친다는 것도 전했다. 에드먼은 지난해 3월 WBC에 출전해 최초로 태극마크를 가슴에 단 외국인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에드먼은 부모의 모국에서 뛸 수 있는 대회 규정에 따라 어머니의 나라인 한국 대표팀을 WBC에 출전한 바 있다. 류현진(한화 이글스)은 이제 막 미국 무대를 밟은 '바람의 손자' 이정후와 함께 언급됐다. 사실 지난 시즌까지 MLB 무대를 누빈 류현진에게도 한국인 투수 최초로 평균자책점 1위(2019년·2.32)에 오르고 그해 최초로 사이영상 투표에서 1위표를 받은 기록이 있지만, 이 기사에선 언급되지 않았다. 반면 이정후는 '한국 선수 출신 최대 규모 계약'을 해낸 선수로 소개됐다. 그는 지난해 12월 1억1300만 달러에 샌프란시스코와 계약했다. MLB닷컴은 "아직 (정규시즌) 데뷔전을 치르지 않았지만, 류현진이 2020시즌을 앞두고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한 4년 8000만 달러 계약, 추신수가 텍사스 레인저스와 2013년 계약한 7년 1억1000만 달러를 깨뜨렸다"라고 전했다. 이제 스물다섯 살인 그가 KBO리그에서 통산 타율 0.340를 기록하며 다재다능한 모습을 보여준 점도 소개했다. 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2024.03.07 13:47
프로야구

MVP 문동주 "저 원래 그런 스타일은 아닌데···간절했다" [항저우 2022]

"저 원래 그런 스타일은 아닌데···"마운드에 선 선발 투수는 삼진을 잡아내며 위기를 돌파하자 고함을 치며 어퍼컷 세리머니를 했다. 이어 'Korea'가 적힌 유니폼의 오른 손바닥으로 두 번 두들겼다. 대한민국 야구대표팀 새로운 젊은 에이스의 등장을 알렸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대표팀은 7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 인근 사오싱 야구·소프트볼 스포츠센터 제1구장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AG) 대만과의 결승전에서 2-0으로 이겼다. 2010년 광저우 대회 이후 아시안게임 4연패를 달성했다. 지난 2일 B조 조별리그에서 대만에 당한 0-4 영봉패를 완벽하게 설욕하며, 대만전 3연패에도 벗어났다.이날 경기의 최우수선수(MVP)는 단연 선발 투수 문동주였다. 6이닝 3피안타 무실점 7탈삼진으로 완벽투를 선보였다.문동주는 이날 두 차례 포효했다. 삼진으로 위기 상황을 두 차례 돌파한 뒤였다. 문동주는 0-0으로 맞선 1회 말 선두 타자 쩡종저에게 2루타를, 이어 상대 번트 작전으로 1사 3루 위기에 몰렸다. 그러나 린리를 내야 땅볼로 잡고, 4번 타자 린안커는 체크 스윙 삼진으로 처리했다. 문동주는 고함을 치며 포효했다. 대표팀의 기세를 올렸다. 그러자 한국은 2회 초 김주원(NC 다이노스)의 희생 플라이와 상대 폭투로 2점을 뽑아 2-0으로 앞서갔다. 문동주는 2회와 4회, 5회 삼자범퇴 처리했다. 문동주는 6회 말 1사 후 쩡종저에게 다시 2루타를 내줬으나, 후속 두 타자를 연속 삼진 처리했다. 문동주는 어퍼컷 세리머니와 함께 가슴을 치며 또다시 포효했다. 문동주는 7회부터 마운드를 넘겼고, 불펜진이 남은 3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우승을 확정 지었다. 문동주는 이번 아시안게임을 통해 성인 국제무대에 데뷔했다. 태극마크 유니폼을 입고 두 번째 등판에서 무거운 중책을 안고 나와 자신의 감정을 과감하게 표현했다. 경기 후 류중일 감독과 함께 공식 인터뷰에 나선 문동주는 "나도 모르게 (그런 액션이) 나왔다. 그렇게 표현할 거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며 "원래 그런 스타일은 아닌데"라고 했다. 결승전에 선발 등판한 문동주는 "그만큼 간절함이 몸으로 표현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문동주는 나흘 전 조별리그 대만전에서는 4이닝 2실점으로 다소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는 "실점하지 않겠다는 마음가짐이 첫 대만전에서는 다소 부족했나 보다. 오늘(7일) 경기에서는 내 마음이 더 간절했다"고 돌아봤다. 류중일 감독은 "대만전에 곽빈(두산 베어스)과 문동주를 놓고 고심했는데, 문동주가 훨씬 컨디션이 좋아 선택했다"면서 "오늘은 문동주가 최고의 투구를 했다"고 칭찬했다. 문동주는 "소속팀 한화의 배려로 시즌을 일찍 마감하고 대회를 준비했다. 앞서 대만전 기대에 미치지 못했는데 다시 믿고 기용해 주신 감독님께 감사하고 보답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나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가 간절하게 금메달을 원했다. 그 마음이 잘 전달돼 이긴 것 같다"고 말했다. 문동주는 이날 금메달 획득과 함께 차세대 국가대표 에이스의 등장을 알렸다.항저우(중국)=이형석 기자 2023.10.08 06:01
프로야구

'최고 162km' 문동주의 포효와 어퍼컷 세리머니, 국가대표 에이스 등장 선언 [항저우 2022]

문동주(한화 이글스)가 'Korea'가 적힌 유니폼의 주먹으로 치며 포효했다. 대한민국 야구대표팀 새로운 젊은 에이스의 등장을 알렸다. 한국은 7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 인근 사오싱 야구·소프트볼 스포츠센터 제1구장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AG) 대만과의 결승전에서 2-0으로 이겼다. 2010년 광저우 대회 이후 아시안게임 4연패 달성과 함께 지난 2일 조별리그에서 대만에 당한 0-4 영봉패를 완벽하게 설욕했다. 국제 대회 대만전 3연패에서도 탈출했다. 류중일 야구대표팀 감독은 2014년 인천 대회에 이어 이번 대회까지, 한국 사령탑으로는 최초로 AG 두 차례 우승을 지휘했다. 이날 경기의 최우수선수(MVP)는 문동주였다. 그는 6이닝 3피안타 무실점 7탈삼진으로 승리 투수가 됐다. 문동주는 0-0으로 맞선 1회 말 선두 타자 쩡종저에게 2루타를, 이어 상대 번트 작전으로 1사 3루 위기에 몰렸다. 그러나 린리를 내야 땅볼로 잡고, 4번 타자 린안커는 체크 스윙 삼진으로 처리했다. 문동주는 포효했다. 위기를 넘긴 문동주는 2회, 4회, 5회 삼자범퇴 처리했다. 그 사이 한국은 2회 초 김주원(NC 다이노스)의 희생 플라이와 상대 폭투로 2점을 뽑아 2-0으로 앞서갔다. 문동주는 6회 말 1사 후 쩡종저에게 다시 2루타를 내줬으나 후속 두 타자를 연속 삼진 처리했다. 문동주는 어퍼컷 세리머니와 함께 가슴을 치며 또다시 포효했다. 문동주는 7회부터 마운드를 넘겼고, 불펜 투수들이 남은 3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 우승을 확정했다. 문동주는 나흘 전 조별리그 대만전에서는 4이닝 2실점으로 다소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6이닝 4피안타 6탈삼진 무실점을 거둔 린위민에게 판정패 했다. 그러나 이날 경기에선 6이닝 무실점으로, 5이닝 2실점을 한 린위민에 완벽 복수했다. 이날 문동주의 포심 패스트볼 최고 시속은 162km까지 나왔다. 스피드건은 위치 등에 따라 구속이 달라지는데, 이번 대회 구속은 다소 높게 나오는 편이다. 류중일 대표팀 감독은 국내 합숙 훈련 기간 "대만전에 총력을 100%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하며 선발 투수로 곽빈(두산 베어스)과 문동주를 저울질했다. 마지막까지 공개하지 않았다. 결국 류중일 감독의 선택은 문동주였다. 문동주는 올해 23경기에서 8승 8패 평균자책점 3.72를 기록했다. 2022년 한화 1차 지명으로 입단한 문동주는 리그를 대표하는 파이어볼러 투수다. 최고 시속 160km에 이르는 빠른 공과 담대함이 가능성을 입증한다. 문동주는 이날 금메달 획득과 함께 차세대 국가대표 에이스의 등장을 알렸다.항저우(중국)=이형석 기자 2023.10.07 21:28
프로야구

[포수의 신(信)] 양의지 "내 성공률 60%...공 배합은 투수와 신뢰 쌓는 과정"

양의지(36·두산 베어스)는 ‘곰의 탈을 쓴 여우(곰·탈·여)’로 통한다. 영민하고 현란한 ‘수 싸움’ 능력을 상징하는 표현이다. 현재 KBO리그 넘버원 포수는 단연 양의지다. 최근 10년(2013~2022) 동안 포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7번이나 수상했다. 이미 김동수(현 SBS 스포츠 해설위원)와 함께 역대 최다 수상자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우승 청부사’로도 손색이 없다. 2015·2016시즌 두산, 2020시즌 NC 다이노스 소속으로 한국시리즈(KS) 우승을 이끌었다. 2016년과 2020년에는 KS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포수로 두 차례 KS MVP 오른 선수는 양의지가 역대 최초였다. 현재 ‘국가대표팀 주전 포수’로 가장 먼저 떠오르는 선수도 양의지다. 그는 2009년 이후 열린 국제대회에 6번이나 참가했다. 이 기간 리그 포수 최다 기록이다. 한국 야구 포수 계보를 잇는 레전드 진갑용(현 KIA 수석 코치)은 “허를 찌르는 공 배합으로 타자를 꼼짝도 못 하게 만드는 승부를 자주 보여줬으니, 곰·탈·여라는 말을 듣는 게 아닐까. 많은 이닝을 소화하며 쌓인 경험을 제대로 활용하는 포수가 양의지”라고 했다 다른 레전드 김동수도 “일단 영리한다. 투수를 편안하게 만드는 능력도 최고”라고 평가했다. 양의지는 2016 KS에서 두산의 역대 KS 최소 실점(2점) 신기록을 이끌기도 했다. 두산 사령탑 시절이었던 2010년, 양의지를 주전 포수로 만든 김경문 전 NC 감독은 2016 KS에서 자신이 이끄는 팀(NC)을 가로막은 ‘제자’ 양의지에 대해 “리그에서 투수 리그가 가장 뛰어난 포수”라고 인정했다. 2022시즌이 끝난 뒤 두 번째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양의지는 친정팀 두산에 복귀해 2023시즌을 치르고 있다. 중위권 전력으로 평가받던 두산은 지난달 창단 최다 연승(11승)을 기록했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양의지가 가세한 효과를 자주 언급한다. 양의지는 자신을 향한 높은 평가에 대해 “아직 선수로 뛰고 있기 때문에 은퇴한 뒤에 제대로 받는 게 맞을 것 같다”라고 말을 아꼈다. 변칙적인 공 배합을 잘 구사하는 포수로 인정받는 점에 대해서도 “상황에 맞게 대응하는 건 기본이다. 그렇게 했던 것인데 조금 더 주목을 받는 것 같다”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공 배합 성공률에 대해 묻자 양의지는 “’투수 공의 제구가 됐다’는 전제로, 내 사인이 의도한 결과로 이뤄질 확률은 60% 정도라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예상보다 박한 자기 평가. 이에 대해 양의지는 “‘10번 중 6번은 맞을 자신이 있다’라는 의미도 아니다. 확신을 갖고 투수에게 (구종 또는 로케이션) 사인을 내도 틀릴 때가 많다. 야구를 결국 사람이 한다. 때로는 실수를 하고, 때로는 원래 실력보다 더 힘을 낸다. 데이터가 커버할 수 없는 게 많다고 자주 느낀다. 그래서 공 배합 자체보다 항상 물음표를 갖고 여러 상황을 대비하는 게 더 중요한 것 같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양의지는 지난 2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국가대표팀 일정을 소화하며 전력 분석 자료가 담긴 테블릿 PC를 지급받고, ‘공부 삼매경’에 빠진 바 있다. 투수의 무실점 투구를 이끈 뒤에도 “데이터대로 사인을 냈다”라고 말할 때가 많았다. 양의지 특유의 똑똑한 공 배합은 데이터에 대한 깊은 이해와 실전 적용 능력이 더해진 것으로 보였다. 그런 양의지가 ‘인간학’적인 접근을 자주 한다. 공 배합이 어려운 이유에 대해서도 타자 분석이나 승부 결과보다 투수와의 호흡을 먼저 언급했다. 그는 “서로 맞지 않아서, 한 쪽이 발을 맞추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능력을 갖고 있는 투수와 포수가 나서도 불협화음이 생길 수 있다”라며 “때로는 공 배합 능력이 부족한 포수가 똑똑한 투수를 만나서 좋은 경기를 치를 때도 있다. 투수와 포수가 서로를 이해하는 게 먼저”라고 강조했다. 양의지는 타자의 당일 컨디션을 확인하는 노하우를 묻는 말엔 “그건 내 성향이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라고 웃어 보이더니 “솔직히 나는 사람을 관찰하는 것을 좋아한다. 타자의 자세, 대응하는 모습을 봐온 게 계속 쌓이다 보니, 차이가 생기면 의구심을 갖는 것이다. 물론 틀릴 때도 많지만, 의도적으로 (타자나 경기 모습을) 많이 보기 위해 노력한다. 포수로서 가장 짜릿한 순간은 언제일까. 양의지는 “긴박한 상황, 승부처에서 투수와 과감한 승부를 합의하고, 그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을 때 ‘이 맛에 야구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기본적으로 (내 공 배합에) 남들(타자)이 못 치면 항상 재미있다”고 말했다. 데이터 분석 자료가 많아지고, 타자와 투수 사이 승부 트렌드가 변할 때마다 양의지는 즐겁다. 그는 “이전엔 레벨(수평) 스윙을 더 강조했는데, 지금은 어퍼컷 스윙으로 타구 발사각을 높이려는 타자가 많다. 그렇게 스윙 궤적이 달라지면, 투수가 어디에 던지면 좋을지, 어떤 공을 던지면 통할지 생각해야 한다. 팀 투수들이 현재 어떤 공이 제일 좋은지도 고려해야 한다”며 “공 배합은 그냥 보는 것도 재미가 있다. 마치 훈수를 두는 것처럼 ‘저 배터리 생각이 나와 같았다’ ‘나는 맞았고, 저 포수는 틀렸다’라고 마음속으로 생각할 때도 있다”라며 웃었다. 실제로 지명타자로 나서 벤치를 지키거나, 다른 팀 영상 자료를 볼 때 그렇게 한다고. 양의지는 젊은 투수들의 성장을 이끄는 포수로도 정평이 났다. 특히 NC로 이적한 뒤 보낸 지난 4시즌(2019~2022) 유독 두드러졌다. 이적 초기에는 양의지 특유의 ‘4차원’ 공 배합 리드를 따라가지 못했던 젊은 투수도 있었다. 실제로 NC 투수 신민혁은 데뷔 첫 선발 등판이었던 2020년 8월 13일 롯데 자이언츠전부터 양의지의 사인에 몇 차례 고개를 흔든 바 있다. 양의지는 “투수와 신뢰를 쌓는 모습 과정을 만드는 게 포수의 임무다. 젊은 투수와도 당연히 생각이 안 맞을 수 있다”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안타나 홈런을 맞을 수도 있을 것 같다’라는 생각으로 사인을 내면 항상 결과가 안 좋았던 것 같다. 그래서 결과를 의식하지 않고 자신감 있게 사인을 내려고 한다. 투수로 마찬가지다. 가장 중요한 건 자신 있게 공을 던지는 것이다. 공 배합보다 그런 점을 더 많이 얘기해 주는 편”이라고 했다. 양의지는 종종 자신의 사인에 머뭇거리는 투수를 향해 오른쪽 손은 가슴 쪽으로 가리키며 ‘믿어라’라는 무언의 메시지를 전한다. 자신이 결과에 책임을 진다라는 의미이기도 했다. 양의지는 “나는 젊은 선수들에게 지나간 일에 대해 잔소리하는 편이 아니다. 과거나 현재보다 더 나아질 수 있는 미래를 강조한다. 더 좋은 선수가 돼 맞이할 수 있는 야구 선수로서의 인생에 대해 얘기를 해주는 편”이라고 했다. 어느덧 30대 중반을 넘어선 양의지는 젊은 포수들이 실력뿐 아니라 인간적으로도 성장하는 모습을 보며 보람을 느끼고 있다.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2023.08.30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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